tired

#0 /sbin/shutdown -r now; 라고 입력할 수 있는 콘솔이 몸 어딘가 있었으면 좋겠다.

#1 번잡한 세사. 바쁜 지구. 그리고 여기- 상상력조차도 경쟁력이 되는, 어느 엿같은 정글.

#2 항상 나의 임무는 최종 해결사였으나, 사실 내 능력을 벗어난 문제들이 훨씬 많았다.

#3 다시, 긴 여행의 꿈을 꾼다.

by 가짜집시 | 2009/11/20 12:16 | 시시껄렁한 독백 | 트랙백 | 덧글(0)

Donde Voy

#0 Donde voy, Donde voy, Esperanza es mi destinacion...

#1 하루에도 여러통씩 이력서 달라는 전화/메일이 온다. 다행히도 아직 팔리는구나. 하지만 몇 년 뒤엔 아마도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내가 이력서 써서, 취업이 되면, 그들로써는 벌이가 되는 것이고, 단지 그 뿐이다. 중매쟁이가 부부의 속궁합이 맞는지 안맞는지, 나중에 어떻게 사는지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 여기 저기 검색해서 뒤져볼 수고를 덜어주니 나로선 편하다. 그 뿐이다.

#2 요새 마누라도 면접 보러 다니느라 바쁘니, 부부가 공히 구직 전선에서 바둥거리는 중이다. 직장 위치에 따라서는 다다음주에 이사 들어가는 집에서 금방 새 집으로 또 이사를 가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직이란 단지 월급 주는 회사가 바뀌는 것, 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공간과 시간이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극히 물리적인 변화가, 실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회사에 필요한 건 비전보다는 비데다.

#3 후배 J가 보내준 메일은 고맙게 잘 씹었다. *웃음* 내 능력으론 아마, 안될꺼야.

#4 회사 동료들과 "어, 너도 거기 원서 넣었어? 경쟁자가 하나 늘었네" 하면서 낄낄대는 일도 종종 생긴다. 대략 노동 시장을 교란중인 T모사- 랄까? 알아본 회사는 제법 여러군데인데, 헤드 헌터가 보낸 메일을 그냥 씹고 넘긴 회사가 제일 많다. 이력서 넣은 회사들 중에는 여지껏 함흥 차사인 곳도 있고, 새로 이사갈 집 코앞에 있는 회사도 있고, 도대체 가짜집시가 거기 간다고? 할만큼 엉뚱한 회사도 있다. (여기 원서 넣으면서 진짜 고민 많이 했다) 면접 좀 더 보면서 차분히 생각해서 결정할 것이다. 물론 연봉 액수까지 제시해주신 K선배님네 회사도 여전히 후보군에는 포함되어있습니다. (굽신굽신)

#5 이 나이에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따위를 곰곰 생각하다보면 영락없이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언제나처럼 미래는 불투명하고, 내 능력은 한없이 작은데 욕심은 크기만 하다. 돈 잘주고 일 재미있고 시간 많고 회사 망할 염려 없는- 산 좋고 물 맑고 정자 좋은 곳이 어디 있간디. 그저 당장은 아직 여기 저기 프로세스를 더 진행하면서 내가 어떤 수준인지를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테지만,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는 올 것이다. 나는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나도 모른다.

by 가짜집시 | 2009/11/11 16:25 | 시시껄렁한 독백 | 트랙백 | 덧글(2)

스마트폰

똑똑한 폰이니까 뭐든지 할 수 있을꺼라는 착각.

스마트폰은 스마트하지 않다. 단지 스마트하게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운전도 못하면서 왜 내비까지 달린 차가 목적지를 알아서 찾아가지 못하는지 묻지 말자.

by 가짜집시 | 2009/11/09 21:06 | 0 1 Nation | 트랙백 | 덧글(1)

멍청이를 위한 국어 사전은 없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라는 문장이 눈에 박힌다. 던적스럽다? 치사하게 뭐 이런 대사에 이런 단어를 끼워넣냐 김훈 아저씨. 이맛살을 찌푸리며 국어 사전을 검색한다.

[형용사]하는 짓이 보기에 매우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
* 그의 행동은 던적스러워서 괜히 꺼려진다.
* 돈푼이나 있다고 너무 던적스럽게 굴지 마라.
* 바다를 거머쥐기만 하면 이젠 최봉일, 최갑식 부자에게 예전처럼 던적스럽게 알랑방귀 뀌어 댈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한승원, 해일≫

라고 네이버 국어 사전이 친절하게 뜻을 알려준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자주 접하면 내 단어가 될 것이고, 아니면 그냥 죽은 단어로 냉동 보관될 것이다. 아, 그러다 잠깐, '-스럽다' 가 붙었으니 이왕 찾은김에 '던적'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냉동상태로 망각의 쓰레기통에 처박히느니, 그래도 '던적'이라는 단어를 알면 살려 쓸 수 있을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네이버 국어사전은

'던적'에 대한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라며 모른체 한다. 괜시리 화가 난다. "자랑스럽다" 는 있는데 "자랑"은 없는 꼴이다. 도대체 어떤 닭대가리같은 새끼가 '던적스럽다'는 넣어놓고 '던적'은 빼먹었을까. 하긴, 이 어디 '던적'만의 문제겠는가. 조선말큰사전 이래로 국어 사전에 무슨 명료함과 어떤 정교함이 있었다는 소문도 들어본 적 없다. 사전은 거대한 폐기물 처리장, 나는 시체 보관소를 뒤지는 하이에나인 것을.

물론 사전에서 '사랑'을 찾아 '사랑스럽다'의 뜻을 짐작해본다거나, '복'을 찾아 '복스럽다'의 뜻을 헤아려보는 건 사실 멍청한 짓이다. 그러나 미국 사는 와이프 친구 마이클 초이에게 '어른스럽다' 를 설명하면서 '어른'이라는 단어를 설명하지 않는 것 또한 멍청한 짓이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단어 하나 때문에 사전을 뒤적거리고 네이버와 구글에서 용례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따지자면 멍청한 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혹은 그러나, 멍청이들을 위한 국어 사전은 없다.

by 가짜집시 | 2009/11/08 21:11 | 뭐든지 감상 | 트랙백 | 덧글(2)

가을도 간다

#0 어느새 가을인가 싶더니 금세 11월, 비가 내리고 찬 바람이 분다. TV에선 이용이 '잊혀진 계절'을 열창하고, 한영애는 아이들과 함께 아직도 잠만 쳐자는 하늘님을 불러 깨운다. 환경 미화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의 거리엔 온통 낙엽들 뿐이다. 가을이 간다. 지금은 아저씨들이 궁상 떠는 계절. 낯선 피로가 엄습한다.

#1 8층에서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공사중' 이라는 쪽지를 달고 폐쇄중이다. 사연을 듣자하니 문만 막힌게 아니라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늘은 열렸으려나 모르겠다.

#2 인생은 과자 상자. 맛있는 것을 먼저 다 거둬먹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맛없는 것도 집어들어야 한다. 코딱지맛 사탕을 눈앞에 두고 어찌할 것인지 갈등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러나 부끄러움이여, 마주할 것인가 등돌릴 것인가, 너는 묻는데, 나는 침묵한다.

#3 세사는 시끄럽고, 네 떡밥은 오래되었으나.

by 가짜집시 | 2009/11/02 12:41 | 시시껄렁한 독백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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