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쓰기

#1 글 쓰다가 쓰던 창을 닫아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조금 쓰다 말고, 조금 쓰다 말고 하다가 하루 종일 걸려서 거진 다 써놓고는 글을 그냥 지워버리기도 한다. 전에는 대개, 글이 '부끄러워서' 였지만, 지금은 좀 더 단순한 이유에서인 경우가 많다. 글이 맘에 들지 않아서. 매끈하게 뽑히지 않아서다. 어차피 막 쓰는 글인거 다들 아는데 부끄러울 게 뭐 있겠나.

#2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에는 공개가 되고, XML 로는 공개가 안되게 하는 옵션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 경우 한 번 써놓은 글이라도 눈에 띄는 대로 (때로는 포스팅한지 몇 달 이상 되는 글들도) 오타나 표현법을 살짝 살짝 고쳐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RSS 리더에 맨날 새글로 찍혀 올라오곤 한다. 수정된 글의 경우 새글로 보여주는 리더기들의 친절함 탓이다. 그나마, 메타 블로그 사이트 같은데 계속 새 포스팅으로 올라오지 않는건 천만 다행이다.

#3 고영득 - 비닐하우스에 살면 국민도 아닌가요? '언론의 의무' 를 떠나서, 따지자면 사실 이런 글이 '기술적으로 잘 쓴' 글 아닐까. 중간 중간 고딕체로 박아넣은 소제목들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 글은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자락을 보여주는 것 처럼, "실제 인물의 발언을 정리했다" 라고 먼저 선언한 다음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런 형식은 '표현이 모자라면 솔직해 보이고, 표현이 절묘하면 가슴을 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어디까지가 기자의 작문 솜씨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인터뷰이의 표현인지는 알 수 없게 되어있다는 점에서, 이런 글쓰기 기법은 효과적이다 못해 거의 '선동' 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 기사로서는 썩 좋은 글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기술적으로 잘 쓴' 글이 '좋은 글' 이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벌써 누군가 '동전의 양쪽을 봐라' 라는 덧글을 달았던데, 맞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런 덧글 달고 좋은 소리 못듣는 것 또한 '기술'의 문제다)

#4 써봐야 느는 건데... 늘긴 커녕 맨날 쪼그라든다. 그릇에 넘치는 글을 쓰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오바질이다. 언제 내 글은 나한테 "형님!" 할지 모르겠다. 역시, 거미 원숭이가 필요한 거다. 어쨌든, 보고서, 매뉴얼, 규격서, 설계서 따위는 실컷 쓰고 있는 나날이다.

by 가짜집시 | 2005/12/07 23:42 | 시시껄렁한 독백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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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른별리 at 2005/12/08 15:20
저도 맨날 쓰다지우고 쓰다지우고.. 기껏 써놓고도 비공개로 돌려버리구 그래요. 엉엉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2/08 22:49
나도 그러는걸요. -_- 그래도 계속 해야지 느는 것 아니겠어- 하고 믿으며 매일 삽질 합니다;; 거미원숭이도 부끄러워서 못하고 있다는, 쿨럭;; 자신감이 다 도망간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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