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칼럼에 붙여, 단상

#0 이글루스의 새 읽거리 - '칼럼' 을 보며 드는 잡상을 끄적끄적. 이건 순전히 Windows CE의 NDIS spec 에서, 802.11 관련 OID들 중 802.16e 와 기능적으로 중복되는 것들을 찾아내는 노가다성 작업 - 이라고 써놓으면 아무도 이해 못할 꺼라고 믿고 있다 - 을 하기 귀찮아서 쓰는 글이므로 내용의 허접함에 대한 태클은 마지못해 환영하는 척만 하겠다.

#1 '칼럼' 이라는 이름은 어딘가 사뭇 진지한 느낌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칼럼이란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콜룸나(columna)’에서 나온 말로 ‘원주(圓柱) ·원주 모양의 것’의 뜻에서 신문지면의 난(欄), 특별기사, 상시특약기고기사(常時特約寄稿記事), 매일 일정한 자리에 연재되는 단평란(短評欄) 등을 말한다" 라고 되어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말이렸다. 뭐, 아님 말고.

#2 기실 블로그란, 웹 그자체가 그러하듯 쌍방향을 빙자한 단방향 매체- 라는 건 전에도 이야기한 바와 같다. 그런 방향에서 생각해보면, 기존 매체를 이용하는 글쓰기들 중 블로그와 가장 유사한 글쓰기가 바로 '칼럼' 이다. 반대로, 어느정도 사회적 체면과 역할을 중시하는 블로그라면, 그 블로그에 올라오는 꼭지 하나 하나를 '칼럼' 이라고 불러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글루스가 '칼럼' 이라는 형태로 유저들에게 읽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칼럼, 이라는 논리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 블로그의 글들을 보며 "칼럼" 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나 또한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공손~히 왼손 중지를 들어 올리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줄 것임은 뻔하다. 요컨대, 블로그와 칼럼은 어느 정도 닮은 구석도 있지만, 또 어떤 부분은 전혀 닮지 않았다는 얘기다.

#3 블로그와 칼럼이 "결코 닮아갈 수 없는" 부분은 우습지만 블로그의 "쌍방향성" 이라는 신화에 있다. 칼럼에겐 애시당초 그런 신화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블로거는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지만, 칼럼니스트는 결코 칼럼을 통해 블로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신화가 신화로서 남아 때로 사실로 숭배되는 세계와, '진중하게' 명예를 걸고 그 신화를 부정하는 세계는 닮았지만 전혀 닮지 않은 세계다. 이글루스의 '칼럼니스트' 들이 결코 다른 블로그나 신문 기사나 심지어 다른 칼럼에 대해 트랙백을 걸지 않을 것이며, 독자들과 덧글을 통해 대화한다거나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예감은 과연 나 혼자만의 것일까?

#4 물론 새로 문을 연 '칼럼' 들에게 "자, 그래도 블로그 서비스에 둥지를 틀었으니, 뭔가 좀 블로그 답게 해보지 않겠어?" 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를 들어, 하지만 드라군이 신해철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신!해!철!) 확실히 글빨도 있고, 전문성도 있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글들을 써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가 연재하는 칼럼은 칼럼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가령 신해철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트랙백을 건다거나 덧글을 쓴다거나 하면, 그 뒷감당은 도대체 누가 할 것인가. 말이나 못하면 사고나 안칠 텐데, 기대할 게 따로 있지 않은가 말이다.

#5 그런즉, 칼럼은 칼럼이고 블로그는 블로그이며, 그 둘 사이에는 아득- 한 스틱스인듯 삼도천인듯 안개 피어오르는 강물이 흐르고 있다. 아니 멀쩡히 돌아가고 있는 서비스, 종종 사람들이 덧글도 달고 트랙백도 걸면서 나름대로 좋은 역할 해주고 있는데 도대체 웬 시비냐는 그대, 알잖아 가짜집시 인생 별로 여물지도 않은 주제에 마구 삐딱하게 사는 거. 하지만, EBC의 "칼럼 오픈합니다" 라는 공지에 사람들이 붙여놓은 덧글도 좀 참고해줬으면 좋겠다.

#6 하여, (블로그) 서비스가 유저에게 '읽거리를 제공한다' 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그 의미 아래에서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목표로 행해져야 하는 것인지, 오늘도 겸연쩍게 밸리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오늘의 컬럼' 들을 보며 생각해봐야 한다면 다소 오버인가? 사실, '칼럼' 에 묻혀버린 또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 - "이글루스 이야기" 블로그야 말로 진짜 읽거리일수도 있다. "칼럼 블로그"와 "이글루스 이야기", 그리고 "오늘의 칼럼"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되버린 "가든" 그 사이 사이 그림자 밑 어딘가엔, 아까 던진 질문에 대해 꽤 그럴싸한 답안들을 이끌어낼 실마리가 숨어있을 것만 같다.

by 가짜집시 | 2005/12/26 15:45 | 0 1 Nation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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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at 2006/02/03 20:32

제목 : 누구를 위한 '칼럼'인가
이글루스 칼럼. - yuuka님 밸리에 뜨는 칼럼 - vinah님 이글루의 기준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요. - 가을님 과민반응 하지 말라? - 세인님 이글루스 칼럼에 붙여, 단상 - 가짜집시님 이오공감의 자리를 잠식했던 이글루스 가든이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이오공감이 수복한 것이 아니라 외부필진들의 ‘오늘의 칼럼’(이하 ‘칼럼’)이 자리잡았습니다. 밸리에서 가독성이 가장 높은 상징적인 위치를 ‘칼럼’이 ......more

Commented at 2005/12/27 00: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5/12/27 01:02
비공개/ 그렇겠죠. 상관 없습니다 *히죽* 저는 "먹거리" 는 "먹을거리"와 다른 말이라고 생각하고, "읽거리" 또한 "읽을거리"와 다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말일 뿐, '틀린'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니퍼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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