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3월 09일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2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1-1
이번 인수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려하는 점들이 대략 어떤 것인지는 사실 뻔한 것들이고, 또 거기 대해 이글루스측은 나름대로 상당히 성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 이런 FAQ 는 공지와 함께 올라왔어야 할 사항이고, 이번 FAQ 는 보다 심도있는 내용들을 다루는 자리가 되었어야 할 것이다) 이번 공지가 많은 유저들의 화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이번 인수에 대해 우려되는 점" 들을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 부터 점검해보겠다.
1. 밀실 행정
먼저, "이글루스는 회원님들이 만들어낸 공간" 이라는 것은 단순히 공지용의 미사여구인가? 이 공간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은 한 번도 구체적인 대상을 놓고 구체적인 의사를 표현해볼 기회를 갖지 못앴으며, 그렇기는 커녕 추상적으로나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얻지 못했다. 만약 공무원들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전형적인 밀실 행정" 이라는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어떤 서비스를 하나의 '사회' 라고 본다면, 운영진은 행정가들이며, 행정가들의 업무 추진은 아무도 모르게 이뤄지고 어느날 갑자기 통보하듯 결과만을 전달하는 것을 '밀실행정' 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기업의 업무상 기밀을 누설할 수 없는" 실무자들이 오히려 더 답답한 일이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중대한 사태를 일언 반구의 말도 없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게 "열혈 블로거들" 을 대하는 방식임을 드러낸 것은 실로 우려할만한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이글루스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현재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어떤 구체적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인수의 배경에 관해 들려오는 루머들 중엔 유저 입장에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할수 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뭐 이러다 일이 다 진행된 어느날, SK Comm. 소속의 누군가가 서비스 인수가 완료되었다는 공지를 올릴 것이고, 또 어느날 네이트와의 서비스 연동을 공지할 것이고... 이런 걸 일컬어 업계 전문 용어로 '째라리즘' 이라고 부른다.
2. SK 에 대한 신뢰의 부재와 강요
개인적으로, SK 의 기업 이미지를 딱 한 마디로 줄여서 말하라면 "삼성보다 더한 놈들" 이라고 답하겠다. (물론 여기서 삼성을 필두로 하는 거대 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창한 담론을 꺼내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이야길 꺼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바 액션 히어로들은 그냥 진보넷 나들이나 다녀오실 것을 권한다.) 이미지가 나쁜 거야 뭐 개인적인 거니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SK 라는 기업을, SK 의 '약속들' 을 유저들이 '믿어야 하고, 믿을 수 있는' 근거를 과연 제시할수 있는가?
네이트, 싸이월드등의 경우에 있어 SK 가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으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유저들 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가지 정도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명랑이 님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글루스는 '블로그 서비스' 를 제공해 온 것이 아니라, "블로그 문화" 그 자체를 서비스해왔다는 점이다. 과연 SK는 '블로그 문화' 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인드를 이글루스 서비스상에서 유지할 수 있을것인가? 이글루스를 지금까지 지켜온 운영 마인드는 SK 의 경영 마인드 앞에서 자기 모습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스럽게도, SK의 역사는 인수/합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SK 가 적어도 IT 업계에서 자기 위치에 걸맞는 "선도적이고 창조적인" 서비스를 내놓아 찬사를 들은 게 과연 몇 건이나 되는가? (아마 최근의 1mm 정도가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오히려, 대형 사업들에 있어 SK는 "기술 개발" 이 아닌 "탁월한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통해 자기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비아냥을 사온 것이 현실이다. (당장 WiBro 를 보라. KT는 벌써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사업권을 따둔 SK 는 비싼 주파수 그냥 갖다 버릴 참인지, 아니면 하나로처럼 때려 치울 참인지 소식이 없다) 이런 SK 가 과연 이글루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당장 뚜렷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고 언제든지 "싸이글루" 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예감은 과연 단순한 기우일 뿐인가? 외려, "SK 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이라는 반응들이 더 상식적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부천 SK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시청 앞 광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자 전심 전력으로 냉큼 챙겨 드신 SKT의 천박한 월드컵 마케팅을 보며 혀를 차고 있을 것이다. 이글루스 또한 같은 신세가 될 가능성은 엄존한다. 그리고, "광장과 축제" 를 마케팅보다 썩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그들이, "회원들이 만들어왔고, 만들어 가는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과연 자사의 이익 이상으로 존중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문제는 '신뢰' 다. 유저 입장에서, 어느날 갑자기 뒤통수 때리는 이글루스 운영진들도 믿기 어려운데, 도대체 SK가 지금까지 이쁜 짓 한게 뭐 있다고, 대체 뭘 보고 '약속을 지킬 것' 으로 굳게 믿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유저들은 그저 '믿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신뢰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OK 할 때 까지" 가 아니라 "고객부터 OK 시켜놓고" 가 되버린 걸 보며, SK 는 스스로 좀 서글퍼할줄 알았으면 좋겠다. 혹시 머리 앞 쪽에 아직 '낯' 이라는 부위가 남아있다면.
이번 인수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려하는 점들이 대략 어떤 것인지는 사실 뻔한 것들이고, 또 거기 대해 이글루스측은 나름대로 상당히 성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 이런 FAQ 는 공지와 함께 올라왔어야 할 사항이고, 이번 FAQ 는 보다 심도있는 내용들을 다루는 자리가 되었어야 할 것이다) 이번 공지가 많은 유저들의 화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이번 인수에 대해 우려되는 점" 들을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 부터 점검해보겠다.
1. 밀실 행정
먼저, "이글루스는 회원님들이 만들어낸 공간" 이라는 것은 단순히 공지용의 미사여구인가? 이 공간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은 한 번도 구체적인 대상을 놓고 구체적인 의사를 표현해볼 기회를 갖지 못앴으며, 그렇기는 커녕 추상적으로나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얻지 못했다. 만약 공무원들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전형적인 밀실 행정" 이라는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어떤 서비스를 하나의 '사회' 라고 본다면, 운영진은 행정가들이며, 행정가들의 업무 추진은 아무도 모르게 이뤄지고 어느날 갑자기 통보하듯 결과만을 전달하는 것을 '밀실행정' 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기업의 업무상 기밀을 누설할 수 없는" 실무자들이 오히려 더 답답한 일이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중대한 사태를 일언 반구의 말도 없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게 "열혈 블로거들" 을 대하는 방식임을 드러낸 것은 실로 우려할만한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이글루스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현재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어떤 구체적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인수의 배경에 관해 들려오는 루머들 중엔 유저 입장에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할수 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뭐 이러다 일이 다 진행된 어느날, SK Comm. 소속의 누군가가 서비스 인수가 완료되었다는 공지를 올릴 것이고, 또 어느날 네이트와의 서비스 연동을 공지할 것이고... 이런 걸 일컬어 업계 전문 용어로 '째라리즘' 이라고 부른다.
2. SK 에 대한 신뢰의 부재와 강요
개인적으로, SK 의 기업 이미지를 딱 한 마디로 줄여서 말하라면 "삼성보다 더한 놈들" 이라고 답하겠다. (물론 여기서 삼성을 필두로 하는 거대 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창한 담론을 꺼내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이야길 꺼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바 액션 히어로들은 그냥 진보넷 나들이나 다녀오실 것을 권한다.) 이미지가 나쁜 거야 뭐 개인적인 거니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SK 라는 기업을, SK 의 '약속들' 을 유저들이 '믿어야 하고, 믿을 수 있는' 근거를 과연 제시할수 있는가?
네이트, 싸이월드등의 경우에 있어 SK 가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으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유저들 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가지 정도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명랑이 님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글루스는 '블로그 서비스' 를 제공해 온 것이 아니라, "블로그 문화" 그 자체를 서비스해왔다는 점이다. 과연 SK는 '블로그 문화' 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인드를 이글루스 서비스상에서 유지할 수 있을것인가? 이글루스를 지금까지 지켜온 운영 마인드는 SK 의 경영 마인드 앞에서 자기 모습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스럽게도, SK의 역사는 인수/합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SK 가 적어도 IT 업계에서 자기 위치에 걸맞는 "선도적이고 창조적인" 서비스를 내놓아 찬사를 들은 게 과연 몇 건이나 되는가? (아마 최근의 1mm 정도가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오히려, 대형 사업들에 있어 SK는 "기술 개발" 이 아닌 "탁월한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통해 자기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비아냥을 사온 것이 현실이다. (당장 WiBro 를 보라. KT는 벌써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사업권을 따둔 SK 는 비싼 주파수 그냥 갖다 버릴 참인지, 아니면 하나로처럼 때려 치울 참인지 소식이 없다) 이런 SK 가 과연 이글루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당장 뚜렷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고 언제든지 "싸이글루" 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예감은 과연 단순한 기우일 뿐인가? 외려, "SK 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이라는 반응들이 더 상식적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부천 SK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시청 앞 광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자 전심 전력으로 냉큼 챙겨 드신 SKT의 천박한 월드컵 마케팅을 보며 혀를 차고 있을 것이다. 이글루스 또한 같은 신세가 될 가능성은 엄존한다. 그리고, "광장과 축제" 를 마케팅보다 썩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그들이, "회원들이 만들어왔고, 만들어 가는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과연 자사의 이익 이상으로 존중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문제는 '신뢰' 다. 유저 입장에서, 어느날 갑자기 뒤통수 때리는 이글루스 운영진들도 믿기 어려운데, 도대체 SK가 지금까지 이쁜 짓 한게 뭐 있다고, 대체 뭘 보고 '약속을 지킬 것' 으로 굳게 믿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유저들은 그저 '믿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신뢰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OK 할 때 까지" 가 아니라 "고객부터 OK 시켜놓고" 가 되버린 걸 보며, SK 는 스스로 좀 서글퍼할줄 알았으면 좋겠다. 혹시 머리 앞 쪽에 아직 '낯' 이라는 부위가 남아있다면.
# by | 2006/03/09 16:22 | 열린 창으로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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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3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2 이글루스가 공지를 통해 제시한 네가지 사항들 중 첫 번째 사항인 "인수에 대해서 우려되는 점"은 인수라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유저들이 지나치리만큼 '철저하게' 소외당한 것과, SK 라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부재한 상태에서 신뢰를 강요당하고 있는 점- 으로 요약했지만 모자람이 많다.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more
마지막 단락의 "고객부터 OK 시켜놓고" 가 아니라 "고객부터 KO 시켜놓고" 겠지요...
그리고, 그보다 먼저, 이런 일이 있게 된 배경 - 아마도 수익 모델 및 회사 내부 사정 - 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개하고, 유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선행되었어야 했겠지요. 사실, 고작해야 발로 쓴 트랙백 몇 개 받아들고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하는게 "귀를 기울이는" 거라면야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 수준일테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