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3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2

이글루스가 공지를 통해 제시한 네가지 사항들 중 첫 번째 사항인 "인수에 대해서 우려되는 점"은 인수라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유저들이 지나치리만큼 '철저하게' 소외당한 것과, SK 라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부재한 상태에서 신뢰를 강요당하고 있는 점- 으로 요약했지만 모자람이 많다.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선에서의 문제제기였던 만큼, 헛된 이상론, 뜬 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판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글루시즘" 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때 참고가 되길 바랄 따름이다. 오늘은 두 번째로, "인수가 진행되는 동안 간과해서는 안될 점"을 짚어 볼 차례다.

다른 이슈들도 많이 있겠지만, 사정상 길게 글을 쓸 여력이 없으니 딱 한 가지만 짚겠다. 정든 이글루스를 이번 사건으로 인해 떠나려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다. 무슨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든 간에, 진짜로 정내미 뚝 떨어져서 나가야겠다는 사람들을 붙들 방법은 없다. SK가 15억에 이글루스 서비스를 인수할수는 있지만, 유저들의 신뢰라는 것은 15조원을 주더라도 '인수'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이사 여부와 무관하게 자신의 이글루를 '백업' 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내 경우 PDF 출판 기능을 통해 백업하고 아크로뱃으로 적절한 후처리를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덧글 저널리즘" 이라는 블로고스피어의 특성상 덧글 및 트랙백 핑까지를 포함한 완전한 형태의 데이터 백업과, 이글루스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 무이한 수단인 설치형 블로그 툴 들로의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이는 이글루스를 외면하고 떠나는 유저들에게 이글루스가 똑같은 외면으로 복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설마 "이글루시즘" 이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것인가?

어떤 유저들은 아예 사이트 미러링을 위해 사용되는 웹봇들을 이용해서 백업에 나서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유저들의 이용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잘 만든 웹봇은 결코 사이트에 심각한 부하를 걸지 않도록 설계되지만 상황이 긴박한 만큼 사정 봐주면서 작업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백업된 결과물 역시, HTML Parser 를 이용해 직접 후처리를 해야하는데 이게 또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가장 좋은 것은, 이글루스의 포스팅과 덧글들, 업로드 된 파일들을 Tatter Tools Backup Format 같은 XML 형태의 문서로 정리하여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가장 만들기 편한 형태로 스키마를 만들고, 스키마 문서와 함께 백업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설치용 블로그들을 위한 마이그레이션 툴들은 해당유저들이 직접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글루스 유저들 및 설치용 블로그 유저들중에는 적어도 중급 이상의 프로그래머들도 많이 있지 않던가. 또, (MetaWeblog API 같은 XML-RPC 형태의) '데이터 접근용' API 를 공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마 내부적으로는 이미 구현되어있거나, 새로 구현하더라도 이미 데이터 및 어플리케이션 수준의 구조를 꿰고 있는 입장에서라면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길게 봤을 때도, 데이터 접근을 위한 API 는 필요하지 않을까? Web 2.0 시대에 발맞추는 이글루스라면, 싫어도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 아닐까? 언제까지나 '유저 자신들에게 저작권이 귀속되는 데이터' 를 볼모로 사용자들을 붙잡아둘 수도 없을 것이며 (무슨 생 노가다를 해서라도 자기들 입맛에 맞는  형식으로 정리해내는 해커 기질을 발휘할 유저가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것' 을 '제공해주는 것' 이야 말로 서비스 바로 그 자체다.

다시 원론 형태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이글루스는 인수/양수 과정에서 실망하고 떠나가는 유저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은 떠나는 자들에 대한 예의인 동시에, 정든 곳을 떠나지 못하는 남은자들에게 다른 희망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에 충실한 대부분의 "싸가지없는" 사이트들의 전철을 밟지 않는 "이글루시즘" 을 주문한다.

by 가짜집시 | 2006/03/10 13:34 | 열린 창으로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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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arker than .. at 2006/03/12 21:05

제목 :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4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3 최초 공지 이후, 뒤이은 이글루스의 후속 공지와 이를 확인하는 SK Comm. 측의 확인으로 유저들의 반응들 역시 최초의 '패닉' 보다는 많이 이성을 되찾은 느낌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유저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들이 당장은 가시화 되지 않을 것을 약속받은 것만으로도 지금 생 난리를 칠 이유는 많......more

Commented by astraea at 2006/03/10 15:10
그러고싶어도.
이젠 SK Commu 의 눈치를 봐야하지 않을런지..
이미 떠나는 유저들때문에 곤혹스럽다는 그들인데...-_-;;

http://kori2sal.egloos.com/1278545
이거 참고해보세요~

저도 wp 이전툴이 있음 좋겠는데..흑.
이미 kldp 에 공개된건.. 파이썬이 필요해서 난감한a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6/03/10 15:46
Windows 용 Python 에서는 안되나요? 저도 소스를 봤는데, 파이썬에 별로 익숙칠 않아서 이참에 한 번 슬~ 배우는 셈 치고 뚝딱뚝딱 좀 해볼까- 하는 중입니다. 데이터 extraction 을 위해 DOM Parsing 이 아닌 정규 표현식에 의존하는게 좀 맘에 안들긴 하지만 말이죠.

Commented at 2006/03/10 16: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6/03/10 16:34
비공개/ 저도 봤는데, 단순한 웹 크롤링을 통해 자기 이글루를 미러링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 저기 좋은 소스들도 많고, 저도 예전에 그런 툴들을 짜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 가능한" 백업이 되려면, View 와 Data 를 정확히 분리해서, 구조화된 형태로 저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블로그 툴에, 혹은 자신의 이글루에 '복원' 할 수 없는 백업 데이터는 그냥 하드 디스크 속에 잠들어있는 죽은 데이터일 뿐이니까 말이죠.
게다가, 그 툴은 링크 빼내는 구현에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군요. 제 블로그의 경우엔 글이 다섯 개만 백업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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