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4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3

최초 공지 이후, 뒤이은 이글루스의 후속 공지와 이를 확인하는 SK Comm. 측의 확인으로 유저들의 반응들 역시 최초의 '패닉' 보다는 많이 이성을 되찾은 느낌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유저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들이 당장은 가시화 되지 않을 것을 약속받은 것만으로도 지금 생 난리를 칠 이유는 많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를 위해 데이터를 백업받는다거나, 도메인을 구입해둔다거나 하는 보험을 들어두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테지만,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이글루스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승선해있을 사람들이 많을 것은 확실하다.

다음 주제는 이제, 이글루스가 이번 인수-합병으로 인해 "무엇이 변해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현재 이글루스측에서는 '메신저 연동' 같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공지를 통해 예고 했지만, 구체적인 기능들이 어떻게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아이디어를 내놓기엔 이 시리즈가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생각날 때 마다 하나씩, 영양가 없는 메모성 포스팅을 남기게 될 것이다. (누가 읽는지는 여전히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여기에서는 변화의 방향- 에 주로 촛점을 맞추도록 하자.


1. 양적 팽창과 질적 팽창

유저들이 걱정하는 "이글루스의 싸이월드화" 란 것이, '도토리' 로 대표되는 "유료 아이템화"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유저들에게는, "불펌" 과 "악플" 같은 현상들이 나타난다거나, 특정 서브 컬쳐에 특화된 블로그들이 자연스러운 네트웍으로 연결된 현재의 이글루스 문화가 변질되어가는 일들- 로 설명되는 일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양적 팽창이 질적 팽창을 담보해주지 못하는 대부분의 '서비스 발전' 의 그림자다. 어떤 서비스든 간에 1000만명쯤이 우글우글 하게 되면 별 수 없는 법이다. 결국 '질적 팽창' 은 '양적 팽창' 과 다른 방법으로 유도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달리, "좋은 컨텐츠" 는 "쪽수" 만 많다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네덜란드 인구가 고작 1300만 남짓인데 인구 수로 그 백배나 되는 중국과 축구 대표팀끼리 맞붙었을 때 질 꺼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컨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소수의 생산자들을 위한 '생산 도구들' 을 갖춰주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robot.txt 편집 기능이나, egloos+ 서비스처럼 저렴한 가격에 넓은 공간을 주면서도 대역폭을 희생시키지 않는 인프라 서비스- 처럼,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이뤄지는 일들이다.

스크래핑 툴은 제공하지 않더라도, 반대로 보다 편리하게 외부/내부 블로그 포스팅들을 '링크 시키는' 방법들, 이글루스 내의 여러 포스팅들을 보다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검색하기 위한 진화된 검색 엔진 (지금의 이글루스 파인더는 솔직히 좀 후졌다) 등, 서비스의 '기초 체력' 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의 변화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더 많은 유저, 더 많은 독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방법들이 아닌, 이미 서비스를 쓰고 있는 유저들이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 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글은 어떤 식으로든 널리 읽혀지는 법. 설령 대문에 글 하나 걸기 위해 글 하나 하나마다 귀찮게 유저들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라도,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글을 대문에 걸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 이 '서비스 정신' 일 것이다.

기초 체력의 함양과 더불어, "저작을 위한" 컨텐츠 및 저작 도구들의 공급이 필요하다. 컨텐츠 보고 사온 서비스를 위해 컨텐츠를 투입하라니 이상한 주문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법. 해당 컨텐츠를 블로거가 '중계'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글이 전하고 싶은 바를 위해 재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게 '음악' 인데, "배경음악 서비스" 가 아닌 "유저가 플레이리스트를 세팅할 수 있는 음악 플레이어" 가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특정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쓸 때, 그 음악을 "배경에 깔아주는" 것이 아니라 "전경에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도구' 들의 경우엔 필요성들이 각 블로그의 성격마다 달라지지만 더 절실한 것들이 많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블로그들의 경우, 필연적으로 많은 '그림들' 을 한 화면에 보여줘야 하는 이상, 포토 로그 기능, 슬라이드 쇼 기능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프로그래밍 이나 웹 디자인을  다루는 블로그들이라면, 특정 영역을 특정 태그로 감쌌을 때 자동으로 syntax coloring 및 line numbering 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들이 제공된다면 매우 반가울 것이다. 사진 블로그들은 사진들에 대한 EXIF 정보를 자동으로 출력해준다거나 워터마킹을 넣는 기능들이 필요할 것이고, 일반적인 '일기성 블로그들' 에게는 어떤 글의 특정 영역을 특정한 유저들만 볼 수 있도록 비밀 번호로 묶어버리는 기능 같은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종류의 '도구들'은 "더 나은 글" 을 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며, 그게 돈 부리는 분들이 바라는 "양질의 컨텐츠" 를 만드는 방법이다. '많은 독자들' 이 있다고 해서, 작가가 더 좋은 글을 쓸 꺼라고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이치를 분명히 기억해 줄 것을 주문한다.


2.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멀리

고객 센터들을 정기적으로 '벤치마킹' 하고 있는 CS 업종 종사자에게 들은 얘기로는, (SK Comm. 은 모르겠지만) SK Telecom 의 경우 고객 센터의 '통화 품질' (물론 소리가 잘 들리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얼마나 친절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용어인듯) 면 에서 '부동의 1위' 를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어찌나 호들갑을 떠는지 좀 오바다- 싶지만 SKT에서 KTF나 LGT 로 서비스를 옮겼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 SKT 보다 좀 못한데?'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려는 전략처럼 보일 정도라는 것.

이글루스가 지금까지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절하게' 일을 처리해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실 '친절함' 을 보이려면 '인력 투입' 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돈 없는 온넷에게 요구할만한 사항은 아니지만, 도토리만 팔아도 하루에 몇 억을 번다는 SK Comm. 에게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온갖 문의 사항이나, 불편 사항들을 언제까지나 webmaster@egloos.com 앞으로 보내는 메일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도대체 '대기업의 서비스' 를 받는 맛이 없지 않은가.

구체적인 방법들은 차근 차근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글루스의 전통 (이라기엔 그냥 돈이 없어서- 처럼 보이는) 인 블로그에 기반한 대화 방법- 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하다 못해 진짜 가볍게 필요한 자리마다 폼메일 하나라도 붙여주는 정도의 센스가 필요한 부분들도 있다. 접수, 처리 일정, 결과등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되어야 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까진 뭐 칭얼대는 얘기라고 들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친절함' 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서비스가 '유저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라는 것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법인과 그것을 이용하는 이용자 개인 간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비스가 '서비스 유저들' 이라는 이름의 '집단 지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라는 문제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서비스 유저들"은 때로 '광기' 나 다름 없는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잘만 유도한다면 놀라우리만큼 정밀한 의견들을 전달하기도 하는 이상한 존재다. 이런 까다로운 대상과 함께 해야할 '서비스' 의 태도란 것도, 때로는 냉정하게, 또 때로는 친절하게- 변화무쌍한 모습을 가져야야할 것임은 물론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집단 지성이 '형성되고, 동작하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보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금의 "이글루시즘" 블로그를 보자. 이 블로그가 개설된다고 해서, 이글루스의 변화 과정에 대한 목소리들이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의견을 서로 충돌시키고, 통합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게 될까?  이글루시즘은 '트랙백을 받아들이기 위한' 블로그가 아니라, "이글루스의 내일" 이라는 참 막막하리만치 거창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주재하는" 블로그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것은 토론이 열리는 마당인 동시에, 토론의 사회자로서 적당한 시점들에서 발표된 의견들을 요약-정리하고, 대표적인 포스팅들을 링크하면서 어떤 논의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나아가 그 의견들이 "관계자들에게 확실히 읽혔고 그 내용이 파악되었음"을 피드백하는 역할이 필요한 곳이다. 그저 "일단 열었으니 나머지는 댁들이 알아서 하슈" 이런 걸 두고 '집단 지성과 대화하기' 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중언 부언 말을 잇긴 했지만, 사실 '집단 지성' 이라는 단어를 화두로 던지는 것 만으로도 이 글의 역할은 충분히 다 한 것이나 다름 없다. 블로그를 서비스 하면서 '집단 지성' 을 '서비스 운영 실무 입장에선 그냥 먼 나라 이야기' 취급한다면 그게 더 웃기는 얘기가 될테니까. 그 '집단 지성' 이 스스로의 터전에 관해 사고하는 것을 가만 놔두거나, 무시하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by 가짜집시 | 2006/03/12 21:05 | 열린 창으로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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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arker than .. at 2006/03/15 11:54

제목 :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5
이글루스, 어디로 가나? 4 개인적인 일들로 포스팅이 많이 늦어졌지만, 이제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을 순간이 왔다. 영양가 없는 글 읽느라 고생하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과 함께, 분명 "특정 관계인에 대해서는 인격적인 모독으로 간주될 수 있는 표현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썼건만 여전히 예의 바른 포스팅을 지속하고 ......more

Commented by 건전초딩13세 at 2006/03/12 22:26
1. 파인더는 좀 후졌죠.^^
2. 블로그 서비스 (업체)의 두 가지 문제는 '공식' 블로그를 너무 활용하지 않거나, '너무' 많은 공식 블로그를 만들어만 놓는다는 게 아닐까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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