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 이것 저것

#0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 예상보다 높은 이명박의 득표율, 모든 것들이 사람들을 우울하게 한다. 박재동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1 허지웅님이 논하는 '진보의 언어'를 생각한다. 나는 진보라는 사람들의 복잡 다단한 글에 공감할지언정 좋아하진 않는다. 어떤 면에선, 내용물은 빼고 그릇과 포장만 봤을 땐, 차라리 얼뜨기 개혁세력의 선동적인 글들이 낫다. 동사와 형용사가 사라진 글들은 공허하다. 문장마다 빼곡히 들어찬 추상 명사들이 장착해주는 '개념' 이란 얼마나 초라한 것인가. 이제 이명박 정권의 정책마다 나부낄 저 쌩뚱맞은 운동가들의 구호와 깃발들처럼.

#2 BBK 하나만 지긋지긋하게 물고 늘어지던 개잡탕 민주쉰당. 앞으로도 이명박 특검을 지렛대로 삼아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할 것이다. 대선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원내 과반수에 육박하던 거대 정당으로서의 현 여권세력에게 돌아갈 파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고, 파이를 조금이라도 키우려면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을 초반부터 강조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동영이 결국 BBK에 올인해서 정권 사수에 실패했듯, 이명박 특검 역시 뜻한 바 만큼의 이익을 가져다주진 못할 것이다. 걱정인 것은 오히려 이 와중에서 '삼성 특검'이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리라는 점이다. 제2기 삼성 정부 출범을 축하한다. 욕 많이 먹고 오래 사시오 이회장.

#3 지상파 방송은 본질적으로 친정권적일 수 밖에 없다. KBS, MBC, SBS 등이 '넷심'을 이반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인터넷이 대중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의 일이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공포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혹은 조금 좁게 잡아서 블로고스피어)이라는 매체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생산자들'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생태계 전반적인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사태다. 멋모르고 악플러 추방을 외치며 만들어놓은 온갖 올가미들이 사람들의 목을 죄어오는 한 편, 우리는 좀 더 찌질하고 좀 더 개념없는 꼬꼬마들이 제잘난듯 설쳐대는 꼴을 보야야 할 것이다.

by 가짜집시 | 2007/12/20 11:09 | 열린 창으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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