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분신이 둘이나 나왔다. 십수만씩 모이는 자리에 집에서 죽창을 갈아오는 사람이나, 전경들을 향해 불붙은 휘발유통을 던지는 사람이 나온다고 해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촛불을 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이 프락치든 아니든, 현장에서 그들을 시위의 흐름으로부터 격리시킬 지혜로운 방법을 만들면 그만이다.

촛불 집회는 '축제'의 모습을 띈다. 그것은 2002년 거리 응원의 기억을 2004년 탄핵 반대 집회의 형식으로 불러낸 소환물이다. 그래서, 이 축제는 원시적이고 미숙하다. 지도부가 없으므로 유연하지만, 그 유연함은 무척추 동물의 유연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어 대가리에 대젓가락 꽂아넣고 '너를 척추 동물로 진화시켜주마' 라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게다가 문어는 알려진 바로는 무척추 동물들 중 가장 머리가 좋다고 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훨씬 소중하다. 축제를 축제로 놓아둔 채로, 딱 한 걸음만 전진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는 '끝나야' 한다. 무한히 어리석고 무책임한 정권에게 휘둘리다가 결국 모두가 지친채 나가 떨어진다면, 축제는 아마도 '악몽'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최소 공통 분모 - '쇠고기 재협상'을 이뤄내는 것으로 일단락 짓고, 정권이 또 막나갈 때 흔쾌히 다시 판을 벌릴 것을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불행히도 2MB정권은 이런식의 마무리를 지어줄 능력도 없고, 바라지도 않는 것 같다. 장마가 오기 전에 지친 촛불들이 꺼져갈 것이고, 총파업등 거친 횃불들이 타오를 것이다. 실패와 절망을 거듭해온 낡은 횃불들이.

축제를 끝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축제를 영원히 끝내지 않는 것이다. 축제를 일상의 일부로 만들어서, 축제가 축제같이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앞으로 몇 년이고 습관적으로 시청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를 점거하고 경찰들과 몸싸움하다가 닭장 투어를 떠나는 모습 그대로를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촛불을 끄지 않는 것, 우리의 일상 속에 촛불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가능하다. 모두가 자신만의 촛불을 각자의 방법으로 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광장 속의 촛불들'이 거대한 욕망의 용광로가 되어 각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 처럼. 그러나 동시에 모두의 촛불은 단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빛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 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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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짜집시 | 2008/06/09 12:23 | 뭐든지 감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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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6/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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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6/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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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6/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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