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Cigarette!

#0 달빛 요정이 방망이를 집어 던지듯 장렬하게 "Goodbye, Cigarette!" 를 외치며 전선으로 뛰어들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 자체는 누가 뭐래도 그냥 중독에 불과한 것인데, 마약 중독자가 "사요나라 히로뽕" 내지는 "잘가라 헤로인"을 외치는 일 따위, 하나도 아름답지 않으니까. "새해엔 금연" 이라며 삼일짜리 목표를 세운다거나, "나 금연했소!" 라며 멀쩡한 담배에 가위질을 한다거나 누군가에게 선물로 줘버린다거나 하는 일들, 모두가 지나치게 거창한 인사 아닌가. 안녕, 이라고 말하지마, 우린 아직, 이별이 뭔지 몰라.

#1 처음 담배를 입에 댄게 스무살 때, 디스가 88을 공략하던 시절이었다. 누구에게 피우는 법을 배우지도 않았고, 그냥 사서 피웠다. 핑- 도는 느낌과 약간의 기침을 기억한다. 보통 전공(?)을 정해놓고 피우기 마련이지만 나는 상표와 맛과 향을 가리지 않고 아무 담배나 닥치는 대로 피웠다. 같은 담배를 두 갑 연속으로 사지 않는다, 가 나의 모토였다. 대체 몸에도 안좋은 걸 뭣하러 가려가면서까지 피운단 말인가.

#2 내게 담배가 무엇이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냥 짧게, "위안" 이라고 말하겠다. 물론 그 정체는 중독이고 습관이라는 사실을 혐연론자의 눈초리를 하고 내게 들이밀 필요는 없다. 어떤 위안은 중독이 되고 습관이 된다. 고작 담배 한 개피에라도 기대고 싶었던 그 스무살의 철없음을 위해, 그리고 담배 연기를 위안 삼아 버틸 수 있었던 많은 시간들을 위해, 약간의 변명을 덧붙일 따름이다. 외로움의 우물 바닥 한 가운데, 담배 한 개피가 떨어져있었노라고.

#3 그래서 지금, 왜 담배를 끊는가에 대해서도 묻지 말아달라. 그냥 남들도 다 있는 이런 저런 사정이 있을 뿐이다. 설령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다고 할지라도, 죄책감 없는 해피 스모커로 돌아갈 수는 없으리라. 꼴초는 간다, 이제 꼴초는 없다. Goodbye, Cigarette. Hello, World!

by 가짜집시 | 2008/12/18 10:45 | Stationary Traveler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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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누라 at 2008/12/18 10:54
따뜻한 담요 같은 위안과 포기하면 편한 중독을 버리고 삭풍 부는 외계로 한 발 내딛은 당신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담배 없는 삶이란 한동안은 매우 춥고 짜증나고 멋지지 않고 고통스럽겠지만... 당신이 고생을 견디는 만큼 제가 행복해질 거에요. 별을 따다 달라거나 남편을 하나 더 갖겠다는 요구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을 알지만 당신한테 바랄래요. 평생 흡연 중지자 - 禁 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죠, 흡연에는 - 로 살아 주세요. 당신이 낯선 외계 속으로 걸어가기로 한 만큼 저 또한 낯설고 무서운 도전 속으로 용감하게 발을 내딛고 시도해 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8/12/18 11:00
아저씨의 담담한 인사를 염장질로 덧칠하다니, 마누라는 역시 악당.
Commented at 2008/12/18 11: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12/18 11: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12/18 12:16
흠. 3년 금연을 해봤었지만.... (훗)
Commented by Draco at 2008/12/18 20:06
피워보지 않아서 안피워도 아쉬울게 없는 저는 다행입니다 :)
금연 축하드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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