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휴가

#0 대성공인지 쪽박인지는 다녀오면 알게 될 것이다. 모든것이 열악했으므로, 세간의 평에는 별로 관심 없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포장하든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뿐이다.

#1 솔직히, 지금, 여기가 아니면 언제, 어디서 이런 미친 짓을 또 해보겠는가. 그러나 취미삼아 백만라인짜리 C++ 코드를 해킹하면서 제품을 만들어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존경하든지 도시락 싸놓고 말리든지 둘 중 하나만 하겠다.

#2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chromium 은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도 않았고, cairo port 역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최소한 라이센스 문제 없이 제대로 동작하는 엔진을 확보하는 것 조차도 말처럼 쉽진 않았다. 어려운 일을 간단하게 생각하는 건 훌륭한 능력이지만, 아무데나 발휘하면 좀 곤란하지 않은가?

#3 선수들끼리 이야기 할 땐, 왜 불여우를 그냥 쓰지 않는지 묻는 사람들이 사실 가장 많았다. 자존심이나 라이센스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XPCOM과 MS COM간의 상호 운용이 이론적/실질적으로 가능한지부터 따져봐야 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갖추는 일이었고, 그런 점에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4 Active-X와 웹표준은 서로 상관 없는 주제다. IE는 Active-X를 지원하기 때문에 표준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역으로, 표준을 잘 지원하기 때문에 Active-X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Active-X 기술은 Windows OS에 종속적인 플러그인 기술이고, NPAPI 는 그보다는 더 많은 OS 환경을 지원하는 기술이므로 보다 웹의 이상에 근접하긴 하지만, 실제론 그 역시 모든 OS에서 똑같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Phone 에서 플래쉬가 안돌아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결국, 근본적으로 플랫폼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기술에 플랫폼 독립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넌센스가 아닌가. 진짜로 웹 표준을 이야기 하려면 플래쉬나 자바가 아니라, SVG, HTML5, CSS3 등을 말해야 한다.

#5 이젠 뭘 좀 어떻게 해야할지 알 것도 같다. 넘을 산도 많고 건널 강도 많으나, 어떻게든 될 것이다.

by 가짜집시 | 2009/07/08 00:40 | 0 1 Nation | 트랙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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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oulfly's at 2009/07/08 13:10

제목 : 나의 남편은 개발자
나의 남편은 개발자다. 내 블로그를 꼼꼼히 들여다보신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그의 직장은 T사이며, 그는 이번 T사의 'Show'에 선보인 프로그램 중 하나를 만든 팀을 이끌고 있다. 나는 이혼을 요구하며, 눈물로 히스테리를 부리고, 심리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남편과 헤어지거나 혹은 격무에 시달리는 남편을 마흔도 되기 전에 병마로 잃을 가능성이 무척 높은 'T사 피고름 개발자의 아내' 신분으로 이 글을 쓴다. + 옛날에 본 우화 하나......more

Commented by 간이역 at 2009/07/08 02:28
그 '어쨌든' 휴가이시겠지만 그래도 좋은 휴가를 보내시길...^^
Commented by 골빈해커 at 2009/07/08 03:19
크흙! 거기에 계셨었군요. 완전 고생하신게 눈에 선합니다..ㅜ_ㅜ;;
Commented by 마루 at 2009/07/08 03:40
고생 많으신 것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일단 한 고비를 넘겼으니 휴가라도 편히 다녀오세요.
다녀오고 나면 뭔가 가닥이 잡히고 있겠죠.
Commented by zieo at 2009/07/08 03:53
수고하셨습니다. 장하십니다. 앞으로를 기대하겠습니다. 어려워도, 못해도 괜찮습니다. 최선을 다하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지켜보는 저희도 여러분을 응원하지, 장사꾼을 응원하진 않습니다. 화이팅!
Commented by SeeTheWind at 2009/07/08 04:28
별로 응원하고 싶지 않고요 ... 휴가라니 다녀오셔야죠...
win32 api 로 먹고 살아온 입장에서 바이너리 던져주면 안돌것 같아요...
물론 박회장 입장에서는 다 되니까...
여튼 고생은 하셨는데 ...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일부러 미안하단말은 하지 않을 께요
어차피 책임은 윗사람들이 ...
근데 정말 진실로... 개발 로드맵을 알려주실순 없나요?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9/07/08 10:26
로드맵을 제 마음대로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사 상부의 허락이 있더라도 제 블로그를 통해서는 공개하지않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이 곳은 사적인 공간이고, 제 글 역시 사적인 소회를 최대한 회사와 무관한 형태로 적은 것에 불과합니다.
Commented by 이상훈 at 2009/07/08 08:55
고생하셨겠군요.
Commented by 한종욱 at 2009/07/08 09:04
블로그는 항상 잘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고생많이 한듯하여 글 남깁니다.

정말로 많이 수고했어요. ~

Commented by Heart at 2009/07/08 09:15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지 적어도 티맥스 '개발자'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휴가를 편히 즐기시길...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9/07/08 10:34
많은 분들에게 민망한 것을 보여드렸으니, 윗분들을 탓하기 전에 개발자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SeeTheWind at 2009/07/08 13:06
잘 알겠습니다. 휴가 잘 즐기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D˙Arcy at 2009/07/08 13:57
광풍이 블로그에까지 몰아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안한 휴가를!
Commented by 히로 at 2009/07/08 16:49
뭐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쉬운일은 아니었을겁니다.. 개발자로서 얼마나 고된일이 었을지 느껴지는 군요 휴가 맘 편히 다녀오십시오
Commented by astraea at 2009/07/08 18:13
고생하셨습니다!^_^
휴가 잘 다녀오세요~
Commented by luapz at 2009/07/09 15:24
위엣분들 말씀처럼 개발자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푹 쉬고 오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Queuez at 2009/07/09 15:26
'그걸' 만든 개발자이셨군요. 꾸벅. '어쨌든' 화이팅입니다.
Commented by cimanyd at 2009/07/10 01:26
오오... 성지다. 프렐루야..
수고하셨습니다(__) 99 짱이였어요
Commented by kid at 2009/07/11 03:11
나이가 들어 뒤 돌아 보니, 젊은 시절의 실수가 후회가 됩디다. 알면서도 옳지 못한 선택을 한 것들이... 나는 어쩔 수 없었어 라고 자위해 보지만, 과연 그랬을까요? 개발자로서 코딩하다가 피로에 지쳐 머리는 안돌아가고 어거지로 돌아가게 만든 바보같은 코드가 후회가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걸 잊고 지나친 게 후회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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