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

우리 부부가 한달에 얼마씩 mnet.com 에 꼬박꼬박 돈을 갖다 바치는 이유는 순전히 '노래 VS 노래' 때문이다. 마누라야 닭살이 돋든 말든, 남편이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같은 노래들을 틀어놓고 혼자 히죽히죽 좋아라 즐기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이건 웬 악취미냐!" 라며 태클이 들어온다. 그리곤 "나 신청곡 있는데- " 라며 댓구가 될만한 노래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한다. 배틀이 시작되는 것이다. 야- 이런 거 있구나, 오 괜찮네 / 내 취향은 아니구만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할 때 까진 좋은데, 실수로 Eric Clapton 이라도 등장하면 노래가 아니라 술잔이 오가는 불상사로 번지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평일' 새벽 한 시에 동네 가게로 맥주 사러 뛰어나가는 사태가 터지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어제도

I will surive, Street life 까진 좋았다. 그 뒤에 괜히 Vonda Shepard 의 I Only wanna be with you 며 Vincent 따위 (모두 앨리의 남자 바꾸기 사랑 만들기 OST에 있다)에다 Madonna 버전의 American Pie 를 얹었던 게 화근이었다. "어이 아저씨! 아저씨들은 이런거 들어 줘야지?" 라며 시비가 붙더니만, 이내 King Crimson이다 Camel 이다 (그래봐야 Epitaph, Long Goodbye 정도지만) 나오더니 급기야는 Pink Floyd 까지 나오신다. 이야- 그래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 쯤은 있는 거죠. 이거 내가 왕년에 우리 옵화들 꼬실적에 쓰던 초식인데 말이지-

하지만 "아저씨" 라면 나도 지지 않는다. 누군 그래봐야 아줌마지만 나는 염색체부터 뇌 주름까지 학실하게 아저씨 아닌가. 나온김에 일단 Blackmore's Night도 찍어주고, 이왕 Long Goodbye 들었으니 Pressure Point 도 들어줘야지. Pink Floyd 라면 난 아무래도 '닭사이드' 보다는 '워리' 렸다. Hey You, 아무렴,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쯤은 있는 거에요.

하지만 어제 Jackson Browne의 The Load Out / Stay 콤보는 참 괜찮았다는 거지. 아 그러니까, 누나 슴가에도 삼천원쯤은 있는... 거지만서도, 사실 누구에게나 가슴에 삼천원'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지 않았던가. 우리 몸뚱이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아름다웠던 시절, 가슴에도 삼천원 밖에 없었지만 사실 지갑을 탈탈 털어도 천원짜리 석 장 말고는 나올게 없었던

세월을 어찌 저찌 살아내니 나이도 어느새 서른이 넘었고 결혼도 해버렸다. 한대수 애 돌잔치 한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고, 산소같았던 그녀, 친절한 금자씨가 시집을 갔대는데도 하나도 놀랍지가 않다. 훈장처럼 펄럭이던 상처도 고이 싸매 속곳 깊숙히 감추어두고, 가끔 허리가 아파 디스크 걱정을 하며 병원에 가면서도, 다들 그래, 그놈의 삼천원짜리 적금 깨고 나니 속이 시원- 하기만 한 모양이다. 인정하고 싶든 하기 싫든간에 외모는 능력이고 중요한 건 모가지 위에 있다- 처럼 소름끼치게 속물스러운 대사를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내뱉을 수 있게 된 지금

그래서 삼천원이 어디 갔는지, 한때 우리의 전재산이었던 그 삼천원은.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장엄한 음악 소리가 있다. 삼천원 삼천원 삼천원~ 삼천원 삼천원 삼천원~ 오 씨발, 그 많던 삼천원이 다 거기 있었구나. 이제 삼천원의 진정한 가치는 맥도날드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빠밤빠빠빠- 이런 젠장, 뭔가 지나치게 중요한 비밀을 우연히 알아버린 김씨 아저씨가 된 기분이 드는 이유가 뭘까?

하지만 이봐 삼천원, I
Want you stay
Just a little bit longer...

by 가짜집시 | 2009/08/27 22:16 | 대괴수 마누라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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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8/27 23: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oons at 2009/09/03 13:32
링크타다가 왔습니다.
stay 좋아하시면 요것두 한번 들어보세요..
물론 빠른거 싫어하시면 패스 -0-;;

http://www.youtube.com/watch?v=7AeZQ007FwU

15년전쯤 이노래로 판좀 돌렸었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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