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다

그대여, 비가 내려 외로운 날엔 그대여, 짬뽕을~ 먹자.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 귀찮은 일단의 사람들이 휴게실에 짱께를 불렀다. 허기진 뱃속으로 짜장면 냄새가 진동한다. 저녁엔 가볍게 맥주 한 잔 하자는데 오후 적당시에 나가서 햄버거라도 우물거려줄테다. 하지만 이 빗속을 뚫고 붐비는 회사 식당으로 기어들어가 '급이'를 당하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들지 않는다. 뭐가 되었든 먹는다는 일은 고맙고 기쁜 일이어야 한다. 아닐 바에야, 배고픔이 부족한 것이다.

하늘에 구멍이 난 모양이다. 지난 주말 이래로 주구장창 추적추적 비, 쌓인다. 쌓이는 것이 비 뿐이랴.

출근 직전의 '돌발 영상' 속, 강만수가 "그건 다 오해" 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국민이 정부를 오해하는 딱 그만큼만 정부가 국민을 오해한다면, 대한민국도 선진국이 될 것이다. 오해의 달인 MB가 청와대 직원들에게 이런 제목의 책을 나눠줬다고 한다. "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아, 정말 저질이야 저질. 이건 뭐, 무슨 날궂이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추운가.

비만 내리면 November Rain을 틀어놓던 세속 도시의 관습은 아마도 오래 전에 폐지되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뭘 듣고 있을까. 빗줄기는 의구한데 노래는 간데 없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부터 라디오대가리의 Exit Music이 듣고 싶었구나. Sing us a song, A song to keep us warm...

by 가짜집시 | 2008/07/24 12:46 | 시시껄렁한 독백 | 트랙백 | 덧글(0)

20 years later

#0 한 뮤지션을 20년쯤 팬질하면서 쫓아다니게 되는 데는 어떤 사소한 계기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어땠을까. 아이들이 '연극 속에서' 를 따라 부를 때, "슬픈표정하지 말아요 타이거가 있잖아요"라며 사랑고백을 하는 운동화를 신고 다닐 때, '허수경'이 대본을 쓰던 그 시절의 '밤의 디스크 쇼'가 끝나가던 때, 그땐 정말 신해철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차라리 "작작 좀 심각한 척 하시지?" 할 정도만이라도 그에게 관심이 있었더라면, 내가 그의 20주년 기념 콘서트에 '아내와 함께' 쫓아가는 불상사는 없었으련만.

#1 밤 늦은 버스 속이었다. 집에 다녀 오던 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하숙중이었고, 몇 주에 한 번 쯤 주말을 틈타 편도로 여섯시간쯤 걸리는 먼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집으로.) 낡은 워크맨 속, MP3보다 중독적이고 웹하드보다 저렴하여 저 '길보드 차트'를 지배하던 1000원짜리 불법 복제 테이프에서 흘러 나오던 그의 노래. "난, 슬플 때 그냥 맘껏 소리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눈물이 조금, 아주 조금, 흘러내렸던 것 같다. 길, 위에서.

#2 그리고 타협과, 길들여짐에 관한 약속을 통행세로 내고, 나는 세계의 문을 지나왔다.

#3 "세계의 평화 인류의 번영 그걸 위해 지고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설파하는 요즈음의 신해철은 다소 누그러지고, 다소 덜 심각한 표정이다. 온갖 개 후까시 폼은 혼자 다 잡고 다니던 그도 이제는 두 아이의 아버지, 숨길 수 없는 나잇살이 붙었다. 김윤아도 시집가서 애낳고 잘 살고 있고, 천하의 한대수도 애 아버지가 되었고, 얼마전엔 권상우도 장가간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심지어 가짜집시란 놈도 장가가서 잘 살고 있는데, 신해철이 아저씨가 되어가는게 뭐 그리 놀라운 일이란 말인가.

#4 그렇다. 이제는 나도 늙어서, 오프닝 빼고 뭐 빼고 하면 두 시간 밖에 안되는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뛰고 소리치고 팔 흔들며 놀기가 옛날같지 않다. 스탠딩 포기하고 멀찍-이 뒤에서 팔짱 끼고 앉아서 열린 음악회나 해야할 모양. 하지만,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그대에게'를 자리에 앉아서 듣는 건 예의가 아니다. (심지어 열린 음악회에서 마저도 모든 관객을 스탠딩 모드로 몰고 가는 노래다) 20년간 몇백번은 더 연주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몇백번을 더 연주할, 우리들의, 빠바바 빠바바 빰 빰 빠바바밤빠바-

#5 90년대에 '쿨'하게 놀았던 사람이라면 사실 신해철에게 별로 호감을 가질 수가 없다. 잘해야 서태지, 그렇지 않으면 커트코베인을 좋아하는 것이 계보학 - 빠와 까의 유전학 - 적으로 당연한 일이니까. 아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잘 놀았다. 모든 라이브는 음악의 질과는 무관하게 라이브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다. '불멸에 관하여'를 처음으로 제대로 듣고, "5200년 묵은 뱀파이어가 마침내 죽을 수 있는 약을 손에 넣고 바닷가에 앉아서 부르는 노래" 같다는 독특한 감상평을 내놓는 아내를 만난 건, 좋아하는 뮤지션의 20주년 기념 공연에 갈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행운일 것이다. 이것도 좋지 않은가. 충분하지 않은가. Fall in love to real love, final love!

by 가짜집시 | 2008/07/21 11:07 | 뭐든지 감상 | 트랙백(1) | 덧글(2)

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보름간 사무실을 세 번 옮겼다. 팀장이 될뻔하다 짤렸(?)고, 아키텍쳐 수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들을 몇 번이나 치렀으며, 그 때 마다 Foundation이 엎어졌다. 새로 영입된 팀장은 불행히도 이쪽 분야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모양이고, 나는 당분간 더 많은 고민들을 이어가야한다.

요즘 하는 일은 '웹 브라우저'를 만드는 일이다. 자세한 건 밝힐 수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못만들면 다같이 한강에 빠져 죽자" 라는 사장의 농담조차도, 때로는 농담이 아닌 것 처럼 들린다. 그렇게 반드시, 일이 '되어야만' 한다면, "그걸 누가 못해?" 라고 말할만한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프로젝트는 갬블이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이슈들을 한정된 역량으로 감당해야만 한다. "그냥 하면 되잖아?" 라며 넘어가는 일 치고 그냥 해서 되는 일 하나도 없다. 상상만으로 '그냥 하면 된다' 고 말하는 사람은 반드시 현실의 쓴 맛을 본다.

by 가짜집시 | 2008/07/15 10:07 | 시시껄렁한 독백 | 트랙백 | 덧글(1)

2bit

00 : 절대 안한다  
01:  하는척 한다
10 : 몰래 한다  
11 : 밀어붙인다

명박이 그놈, 2MB 씩이나 될리가 없다.

by 가짜집시 | 2008/07/14 11:24 | 뭐든지 감상 | 트랙백(3) | 덧글(14)

쓸쓸한,

#0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의 글쓰기는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고자 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어느쪽일까, 이제 나는 더이상 그런 글들을 쓰지 않는 것일까, 혹은 쓰지 못하는 것일까. 아무도 찾지 않는 가게, 촛불 하나 켜 놓고 나는 생각한다. 이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이 사람이든 유령이든,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세상은, 오늘도, 이렇게 쓸쓸한데.

#1 사람들의 블로그를 잘 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RSS 리더기가 편리해서- 라는 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오가는 난독증의 우리가 덧글을 달며 소소한 관심과 애정을 표하는 사이에도, 나의 말은 당신의 기억과 56억 7천만 광년쯤은 떨어진 그대로다. 누구에게나, 무한히 소통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처럼 극적인 단절이 또 있을까.

#2 금새라도 눈물을 와르르 쏟아낼 것 같은 하늘.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것 보다 더욱, 희망이 가물어 슬픈 내 나라. 나는 이 블로그의 촛불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치사한 세상살이를...

by 가짜집시 | 2008/07/07 13:46 | 시시껄렁한 독백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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